소슬, - 윤영빈 지음
A4 미색모조 종이를 접어서 만든 미니 진입니다. <소슬,>의 원고 일부를 발췌해 만들었습니다.
미니 진 작업 과정
1. 원고 작성 (영빈)
2. 원고 발췌 (민희)
2019년 2월 17일
소슬,
왜 이미 지나간 것들은, 스쳐 지나간 것들은 그토록 반짝일까?
내 중심 가장 밑에 붙잡아 두고 싶었으나 내 악력이 부족했는지 흘러내려간 것들은 눈이 부셔. 가질 수 없는 걸 알아서 배 아파 그러는 걸까?
며칠 째 이제 아이돌로 데뷔할 거라는 그 아주머니의 딸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거칠게 머릿속을 긁어내고 헤집어도 그 잔재는 이끼라도 되었는지 음침한 내 속에서 도리어 자라나. 반짝이지 않는 내가 엄마는 부끄럽지 않을까?
조금 더 진솔해져 볼까? 유약한 나란 인간은 아주 오랜 시간 끝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병을 앓아왔어. 사람들 속에 섞이는 법도 배우지 못해서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조차 몰라서 도리어 그들을 겁줘서 내 옆에서 멀리 밀어버리지. 표지판이 없는 인생은 나를 그 자리에서 땅을 파고 머리를 넣어 질식하고 싶게 해. 엄마의 산소호흡기를 빼앗은 기분이지만 나는 원래 못된 인간이잖아. ‘어려운’ 인간이잖아. 아니다. 너무 쉬워. 내 욕심뿐이지.
무형의 생각이 입 밖으로 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박힐 때 잠시 사라지고는 강한 의지로 내 마음에 돌아왔어. 머리를 한꺼풀씩 뜯어내고 그렇게민들레씨 날아가듯 불태워져서 한 줌의 재로 날아가고 싶어.
빛나지 못하면 사라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그건 더 이를수록더 좋지 않을까.
2019년 5월 29일
소슬,
목구멍에 칼 하나를 집어 넣었어.
흔들리는 몸을 따라 이리저리 설치는 칼에 생채기가 남기 일쑤지만, 이미 삼킨 것을 도로 뱉어낼 방도가 없잖아. 실은 빼면 더 깊이 베일 걸 아니까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도 스스로의 동작을 더 작게, 작게, 또 작게 줄일 뿐.
2019년 6월 8일
소슬,
허블망원경이라는 13.2m의 우주망원경이 있대. 별을 관찰하기 위해 별에 초점을 맞추고 행성을 관찰하기 위해 행성에 초점을 맞추는 말 그대로 우주에 있는 천체 관찰용 망원경이지. 1993년 로버트 윌리엄이라는 천문학자가 총책임자가 되면서 ‘빈 공간’을 봤대. 수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앞다퉈 사용하고 싶어하는, 결과를 내지 않으면 언론에서 질타받을 바로 그 망원경으로 말이야. 1995년 바늘구멍만 한 면적에 초점을 맞추고 본 검은 빈 공간은 무려 3천 개의 은하로 이루어져 있더래. 순간 세상살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 찰나였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한 나의 빈 공간은 실은 그저 내가 깨닫지 못한 은하들로 가득차 있을 수 있을 거라고. 발견되지 못한 은하와 별들이 빼곡한 빈 공간일 거라고.
틀림없이 존재한다. 나.
2019년 6월 8일
소슬,
이미 놓쳐버린 기회들과 앞으로 꾸준히 놓칠 기회들. 이미 놓쳐서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참담함에 차곡차곡 나를 집어넣어. 놓친 게 너무 많아서, 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 어디로도 감히 가지를 뻗을 생각을 못 하고 있어. 그러면 그 중간에서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안에서 끓는 ‘것’들을 그 어디로 꺼내지 못하니 나는 그저 자멸할 밖에.
글을 잘 썼으면 좋겠어. 내가 가진 생각들이 더 이상 나에게만 머물지 않고 나를 떠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닿았으면 좋겠어. 평이한 표현들이 아닌 오직 나만의 감정들이길 바라.
3. 인디자인으로 조판: 터잡기(하리꼬미)
4. 출력-가운데 부분 자르기-접지, 완성!
🎫 구매자 안내 사항
주문 전 꼭 확인해 주세요!
-상품 판매 페이지 내의 이미지는 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실제와 조금 다를 수 있으며, 특히 기기의 해상도에 따라 보여지는 컬러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책덕 다용도실에서 판매하는 모든 서식은 법적 보호를 받는 지적 재산입니다. 구매한 사람에 한하여 개인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며 어떤 형태로든 재판매할 수 없습니다. 무단 복제, 무단 도용을 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관련 법규에 의거하여 처벌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Bookduck All Rights Reserved.
미니 진 작업 과정
1. 원고 작성 (영빈)
2. 원고 발췌 (민희)
2019년 2월 17일
소슬,
왜 이미 지나간 것들은, 스쳐 지나간 것들은 그토록 반짝일까?
내 중심 가장 밑에 붙잡아 두고 싶었으나 내 악력이 부족했는지 흘러내려간 것들은 눈이 부셔. 가질 수 없는 걸 알아서 배 아파 그러는 걸까?
며칠 째 이제 아이돌로 데뷔할 거라는 그 아주머니의 딸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거칠게 머릿속을 긁어내고 헤집어도 그 잔재는 이끼라도 되었는지 음침한 내 속에서 도리어 자라나. 반짝이지 않는 내가 엄마는 부끄럽지 않을까?
조금 더 진솔해져 볼까? 유약한 나란 인간은 아주 오랜 시간 끝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병을 앓아왔어. 사람들 속에 섞이는 법도 배우지 못해서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조차 몰라서 도리어 그들을 겁줘서 내 옆에서 멀리 밀어버리지. 표지판이 없는 인생은 나를 그 자리에서 땅을 파고 머리를 넣어 질식하고 싶게 해. 엄마의 산소호흡기를 빼앗은 기분이지만 나는 원래 못된 인간이잖아. ‘어려운’ 인간이잖아. 아니다. 너무 쉬워. 내 욕심뿐이지.
무형의 생각이 입 밖으로 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박힐 때 잠시 사라지고는 강한 의지로 내 마음에 돌아왔어. 머리를 한꺼풀씩 뜯어내고 그렇게민들레씨 날아가듯 불태워져서 한 줌의 재로 날아가고 싶어.
빛나지 못하면 사라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그건 더 이를수록더 좋지 않을까.
2019년 5월 29일
소슬,
목구멍에 칼 하나를 집어 넣었어.
흔들리는 몸을 따라 이리저리 설치는 칼에 생채기가 남기 일쑤지만, 이미 삼킨 것을 도로 뱉어낼 방도가 없잖아. 실은 빼면 더 깊이 베일 걸 아니까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도 스스로의 동작을 더 작게, 작게, 또 작게 줄일 뿐.
2019년 6월 8일
소슬,
허블망원경이라는 13.2m의 우주망원경이 있대. 별을 관찰하기 위해 별에 초점을 맞추고 행성을 관찰하기 위해 행성에 초점을 맞추는 말 그대로 우주에 있는 천체 관찰용 망원경이지. 1993년 로버트 윌리엄이라는 천문학자가 총책임자가 되면서 ‘빈 공간’을 봤대. 수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앞다퉈 사용하고 싶어하는, 결과를 내지 않으면 언론에서 질타받을 바로 그 망원경으로 말이야. 1995년 바늘구멍만 한 면적에 초점을 맞추고 본 검은 빈 공간은 무려 3천 개의 은하로 이루어져 있더래. 순간 세상살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 찰나였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한 나의 빈 공간은 실은 그저 내가 깨닫지 못한 은하들로 가득차 있을 수 있을 거라고. 발견되지 못한 은하와 별들이 빼곡한 빈 공간일 거라고.
틀림없이 존재한다. 나.
2019년 6월 8일
소슬,
이미 놓쳐버린 기회들과 앞으로 꾸준히 놓칠 기회들. 이미 놓쳐서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참담함에 차곡차곡 나를 집어넣어. 놓친 게 너무 많아서, 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 어디로도 감히 가지를 뻗을 생각을 못 하고 있어. 그러면 그 중간에서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안에서 끓는 ‘것’들을 그 어디로 꺼내지 못하니 나는 그저 자멸할 밖에.
글을 잘 썼으면 좋겠어. 내가 가진 생각들이 더 이상 나에게만 머물지 않고 나를 떠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닿았으면 좋겠어. 평이한 표현들이 아닌 오직 나만의 감정들이길 바라.
3. 인디자인으로 조판: 터잡기(하리꼬미)
4. 출력-가운데 부분 자르기-접지, 완성!
🎫 구매자 안내 사항
주문 전 꼭 확인해 주세요!
-상품 판매 페이지 내의 이미지는 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실제와 조금 다를 수 있으며, 특히 기기의 해상도에 따라 보여지는 컬러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책덕 다용도실에서 판매하는 모든 서식은 법적 보호를 받는 지적 재산입니다. 구매한 사람에 한하여 개인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며 어떤 형태로든 재판매할 수 없습니다. 무단 복제, 무단 도용을 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관련 법규에 의거하여 처벌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Bookduck All Rights Reserved.
요런 것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