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듣기 전 주변 사람에게 <내가 편집하는 옷세계>수업을 들을 예정이라고 소개할 때마다 굳이 네가 이런 수업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한마디씩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내 어깨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갔다. 그들은 나를 이미 ‘옷 입을 줄 아는 사람’ 정도로 보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고, 때때로 사람들 말을 나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잘 입는 이미지는 빵 터져서 다용도실을 가로질러 쓰레기통 위에 사뿐히 떨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말할 수 없으면서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람? 어떤 질문에도 선히 답이 나오는 법이 없었다. 나는 나를 전혀 모르는 채 옷을 사면서, 공간을 낭비하고 지구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걸 지금에서야 깨닫다니 멍청이.
수업에서 선생님은 많은 것을 강조하셨지만, 아무래도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색상, 원하는 이미지, 내가 실제로 가진 체형 등등. 선생님은 주기적으로 ‘나를 알기’를 종용하셨고, 그 가르침이 기억에 깊이 남았다.
앞으로도 나를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나를 옷으로 잘 표현해 주어야지. 수업 고맙습니다.